만복래부

화장과 풍수

청담 일취월장 2010. 10. 17. 14:35

"화장하면  풍수 상 좋습니까?  나쁩니까?" 흔하게 듣는 질문이다.

 

풍수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은 사라진다고 말한다.

 

화장을 하여 좋은 경우는 시신을 매장할 장소가 불행히 흉지라면 후손들 중에 기형아, 장애자

또는 무서운 질병에 걸릴 근원을 없앤다는 점이고,

 

나쁜 경우는 길지에 부모를 모심으로 인해 후손이 발복할 기회가 상실된다는 점이다.

화장이 매장의 한 형태로 발전된 것은 불교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스님은 사후에 제사를 지내 주거나 묘를 관리할 후손이 없다.

 

시신의 처리가 문제되자 석가모니를  본받는 뜻에서 화장이 일반화된 것이다.

 

화장을 하게 되면 고온을 거쳐 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인체의 모든 조직 원소가 새로운 원소로

변화된다.

 

그러면 부모와 자식간에 감응을 일으킬 동일한 유전인자의 파장까지 바뀌어 서로 감응할 수가 없다. 결국은 부자간에 연결된 인연의 끈이 사라지는 셈이다.

스님이 아닌 일반인이 매장이 아닌 화장을 한 것은

1912년 일제 강점기에 제정된 『묘지·화장·화장장에 관한 취체규칙』에 근거한다.

 

일제는 산이나 선영에 조상을 모시는 것을 금지시키는 대신 공동묘지를 설치해 강제로 매장케 하거나 화장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이 규칙은 공동묘지에 매장하면 공자(孔子)의 벌을 받고, 화장하면 영혼이 재생하지 못한다고 믿는 풍습 때문에 몰래 장사를 지내는 암장을 유행시켰다.

시대에 따라 장묘문화도 변한다.

현재 한국의 묘 중에서 풍수 이론에 맞는 경우는 5%도 안된다.

 

부모에게 큰 죄를 짖는 행위라 여겨 화장을 기피하나 흉지에 매장한다면 더 큰 잘못이다.

 

흉지에서 고통을 받으며 지내는 부모를 생각한다면 그것보다 더 불효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따라서 화장을 통해 고통을 덜어 주는 것도 자식의 도리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무덤은 한 사람이 이 땅에 살았다는 흔적이며, 그를 기억하는 사람에겐 추모할 여지를 남겨 주는

최소한의 유품이다.

 

화장의 경우 대개는 뼈를 땅에 묻거나 가루로 만들어 산이나 강물에 뿌린다.

문제는 화장했다 하더라도 그 유골을 산이나 강물에 뿌려 버리는 것만은 삼가했으면 한다.

 

이미 화장하여 가루를 산천에 뿌렸다면 신위(神位)만이라도 봉안하라고 권하고 싶다.

신위는 혼령이 깃들인다고 여겨져 왔으며, 역사적으로도 시신이 없는 경우에는 신위만이라도 묻었다.

 

병자호란 때에 청나라에 붙잡혀 가 순절한 삼학사의 묘가 그러하다.

모두 옷과 머리카락, 그리고 신위을 매장한 의발묘(衣髮墓)이다.

 

묘로 모시던, 화장한 뒤에 납골당이나 영탑에 모시던 그 분을 추념할 여지는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