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글

어느복지사의 감동적인 이야기

청담 일취월장 2011. 4. 5. 22:05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

한쪽 얼굴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엔 코가 있었던 것으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온 이유를 생각해 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 사회 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 어서 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 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어쩌다가 다치셨나요?

 

그 한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히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나서 아버지와 저만 살아남았지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몸이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한 날 저를 때렸어요,

 

아버지도 저와 같은 상처투성이였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지요."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얼굴로 어떻게 결혼을 했냐구요?

 

남편이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인 이었죠"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 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후
남편은 시름시름 앓더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의사선생님을 만나 무료로 성형수술을 할수 있게 됐지만,
여러 번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인데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는 희망과 달리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한다.
부엌을 돌아보니 흔하디흔한 라면하나, 쌀이 한 톨도 없었다 한다.

 

상담을 마치고 나서 ,


"쌀은 곧 올거구요, 보조금도 나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고
돌아 나오려는데 ,

 

그녀는 장롱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뭐예요"?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있어서 짤그랑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무슨 쇳덩이인 것 같았다.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그녀는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서요."

 

구걸 하면서 1000 원짜리는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 시력을 잃어가는 딸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 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들에게 드리기로요.

 

좋은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지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 세어보니 1006 개의 동전이 들어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손가락은 모두 더러워 졌지만,  

 

그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 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 허영옥의 감성스캔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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