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슈

‘교권 추락’ 체벌만이 해법?

청담 일취월장 2011. 7. 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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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11월부터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일부 언론은 체벌 금지 때문에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이 추락했다는

기사를 잇따라 전하고 있습니다.

교권 추락은 체벌 금지가 직접적 원인일까요?

아니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체벌금지와 교권추락을 둘러싼 언론보도의 문제점, 이승준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얼마 전부터 학생 체벌금지에 대해 교육계에서 찬반 공방이 뜨거웠지 않습니까?

최근 논란이 촉발된 사건이 있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지난 달인데요.

경기도 교육청이 고등학교 교사를 징계했는데, 징계를 받은 교사와

교원단체가 징계 처분에 대해서 반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교육청은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에 대해

 ‘불문경고’라는 징계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에 대해 교사가 엎드려뻗치기를

시키고 볼을 꼬집는 등 체벌을 가해,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3월 만든 조례로 모든 직간접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교사는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교과부에 심사청구를 냈고, 한국

교총도 경기도 교육청의 징계가 교사의 열정을 꺾는 부당징계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방송들은 대부분 단 5초간의 체벌 때문에 징계가 이뤄졌다며 징계의 부당성을 부각했습니다.

<녹취> MBC(6.20) : "나세웅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에게 이른바 엎드려 뻗치기를 5초간 시킨 교사에게 경기도 교육청이 징계를 내렸습니다."

<녹취> SBS(6.20) : "이혜미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통화를 한 학생

에게 선생님이 5초 동안 엎드려 뻗치기를 시켰습니다. 이 선생님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우리 교육이 요즘 이렇습니다."

신문들도 단5초간의 체벌로 교사가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부각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교실이 무너진다는 다섯편의 기획기사를 싣는 등 이 사건을 계기로 보수성향의 신문들은 체벌금지가 교실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동아(6.22) : "'학생인권 내세워 교권 짓밟는 좌파 교육감들

' 친 전교조 성향의 좌파 교육감들 주도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

면서 교권 추락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진보 언론들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경향신문은 아예 사건 자체를 다루지 않았고, 한겨레 신문은 학생의

말을 인용해 엎드려뻗쳐 말고도, 빰과 뒤통수를 때리는 등 물리적

체벌이 있었다는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달이나 지난 사건을 기사화한 것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라는 주장을 실었습니다.

<녹취> 한겨례(6.21.10면) :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근활동가는 사건

발생 두달이 지난 시점에 뒤늦게 주장이 엇갈리는 사건을 학생인권

조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조례를 무력화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체벌 시간의 길고 짦음과 관계 없이 해당 교사가

물리적 폭력을 사용했고 학생의 잘못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문경고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물리적 체벌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문제는 언론이 교권

추락과 교실붕괴의 원인을 체벌금지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교실붕괴나 교권침해와 같은 현상 이면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근본적인 원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언론이 체벌금지가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였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들에게 교칙 개정을 통해

지난해 11월 1일부터 모든 체벌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몽둥이 등으로 때리는 직접 체벌은 물론이고, 엎드려 뻗쳐나 쪼그려

뛰기, 운동장 돌기 같은 간접 체벌까지도 전면 금지됐습니다.

허용되는 학생지도방식은 교실 뒤에 나가있기, 또는 혼자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성찰교실에서 시간보내기 등입니다.

<녹취> 곽노현(서울시교육감/지난 8월) : "학교에서 폭력과 공포에

길들여 지는 것을 배우지 않고, 자율과 책임의 기쁨과 보람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언론에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의 사례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도된 것은 이 시점부텁니다.

전면 체벌금지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1월 이후 지난 6월 남양주 교사 징계 때까지, 언론에서 제기한 교권침해 사례만 해도 20여건에 이릅니다.

<녹취> 중앙(2010. 11.23.16면) : "제천서 수업 중 떠들던 고교생이

지시봉으로 어깨 친 여교사 폭행, 10일엔 인천서 중학생이 주먹질..."

<녹취> 동아(2010.11.13.18면) : "50대 여교사-여중생 머리채 싸움..."

<녹취> 조선(2010.11.22.10면) : "꾸짖는다고...중학생이 女교사

폭행..."

이들 기사 대부분은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자극적인 상황을 묘사하며, 체벌전면금지 이후 이같은 일들이 벌어졌음을 강조합니다.

<녹취> 중앙(2010.11.15.38면) : "교사가 학생을 무서워하게 된 난장판 교실> 일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체벌 금지 탓이 크다. 체벌금지가 문제 학생 방치와 학교 혼란으로 이어지면 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교육 현장의

전면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교육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녹취> 동아(2010.11.13.18면) : "경기도 發 학생인권조례 후폭풍..

무너지는 교육현장> 경기도가 지난달 5일 체벌금지 등을 담은 학생

인권조례를 공포한 것을 시작으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일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마찰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체벌을 금지한 진보교육감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2011.6.25) : "진보교육이 매 맞는 교사, 무너지는

교실이었나 "두 교육감이 진보 좌파의 대표 주자 자리를 놓고 학생인권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학교 현장은 갈수록 황폐해 가고 있다."

이같은 기사들은 마치 진보 교육감이 체벌을 금지한 이후, 과거에는

없던 교권침해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폭행과 폭언을 했다가 징계 받은 학생수를 보면, 이미 지난 2009년부터 크게 늘어난 상태였고 체벌 금지가 시작된 지난해 2학기엔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줄었습니다.

한국교총이 조사한 학생, 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 건수를 봐도 체벌

금지 시행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기 보다는 이전부터 꾸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2010년에는 98건으로 108건이었던 2009년에 비해 줄어들었

습니다.

<인터뷰> 이기정(창동고 교사) : "이 교실 붕괴니 학교 붕괴니 하는

것은 오랜 세월 진행되어 왔던 것입니다.

이 학교 교육과 학교 수업이 어떻게 보면 학생들에게 신뢰를 상실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체벌 부활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그야말로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교권추락이나 교실붕괴의 원인 역시 다양하기 떄문에 단순히 체벌 금지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재 교육 상황에 대한 이해를 흐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질문>

이른바 교실붕괴, 교권 추락을 단순히 체벌금지와 연관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인데요.

언론이 체벌금지의 부당성을 지적하기위해 연관이 없는 사실도 꿰어맞추는 사례가 간간히 있었죠?

<답변>

네, 여럿 있었습니다.

일부 신문들은 체벌이 금지되기 훨씬 전 사례나 체벌이 시행되는 지역에서 있어난 일을 기사에 맞춰 끌어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교실에서 수업중인 여 선생을 학생들이 모욕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습니다.

<녹취> 학생 :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 무슨 분만 하셨어요?"

<녹취> 교사 : "수업하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녹취> 학생 : "첫 경험! 첫 경험!"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보도하며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체벌 금지 때문에 이른바 ‘교실 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기획 기사를 실었습니다.

<녹취> 조선(2010.12.20.12면) : "서울시교육청 전면 체벌 금지 50일...현장 교사들 ‘교실 붕괴’ 토로...어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을 보고 야 이렇게까지 선생님을 막대할 수 있느냐는 생각에 가슴을 쳤다. 체벌 금지 이후로 학생이 교사를 놀림 대상으로 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중앙일보도 이 사례를 들어 학생 체벌 금지 정책과 연관시키며 교권 침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중앙(2010.12.21 사설) : "엊그제 인터넷에 올라온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은 교실의 교권 붕괴 실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최근 서울, 경기도교육청 등이 잇따라 학교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가 부쩍 늘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문제의 사건은 체벌 금지가 시행되기 훨씬 이전인 2006년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아일보는 체벌금지가 교권을 추락시켰다며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

일어난 교사 폭행 사건을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동아(2011.6.23.14면) : "'체벌금지, 체벌금지..결국 교권은

이렇게 추락하나?' 흥분한 김 군은 이 교사 얼굴을 주먹으로 5차례

가량 때렸다. 이 교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동료 교사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갔다. 진단 결과 얼굴뼈에 금이 가고 눈 부위가 크게 다치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의 학생은 주의력 결핍과 감정억제 문제로 약물치료를 받아온 학생으로 체벌 금지와는 별 상관이 없는

사례였습니다.

거기다가 울산은 간접 체벌이 허용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동아일보는 또 지난해 12월 체벌금지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획기사를 실으면서 전남 순천과 충북 제천의 교권침해 사례를 부각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2010.12.20.) : "'못 때리죠? 매 놓으니 교사폭행 봇물' 10월 중순 50대 여교사와 1학년 여학생 간 머리채 싸움이 벌어졌던 전남 순천시. 충북 제천시 B 고교에서는 남학생이 수업시간에 자신을 꾸짖던 여교사를 폭행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지적한 전남 순천과 충북 제천은 체벌이 완전히

금지된 곳이 아니었습니다.

체벌이 전면 금지된 곳은 서울과 경기도 2곳인데도, 다른 지역의 사례를 들며 체벌금지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질문>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모욕한 사실은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체벌을 부활하면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까?

<답변>

교육전문가들은 체벌이 교권을 세우는데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성향의 언론은 체벌 금지로 야기된 교권 추락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체벌의 부활을 요구해 왔습니다.

<녹취> 문화일보(2010.11.15.31면) : "교육적 체벌까지 전면 금지한

조치가 학교 현장을 더 황폐하게 하기 전에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그것은 포퓰리즘에 더 집착하지 말고 벌을 포함한 학생 훈육 수단의 선택권을 교사와 학교에 되돌려주는 일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체벌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으며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햅니다.

<인터뷰> 정유성 교수 : "체벌은 교육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진 몰라도 그것이

장기적 으로 어떤 교육적으로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거나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교육 이론의 정설 입니다."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체벌의 부활을 주장하기보다,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보완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체벌 금지 뒤 교권을 확립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중입니다.

이 학교에서는 체벌 금지 대안으로 이른바 ‘그린 마일리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 규정을 어긴 학생을 체벌이 아닌 벌점으로 지도하고 선행을 한 학생에게는 상점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벌점과 상점은 학부모에게 즉시 통보해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화(청명고 생활인권 부장) : "학부모님들도 개입을 해서 학생들 지도에 좀 신경을 써야 되고 가정에서도 충분한 의무가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이번에 그린 마일리지 하면서 학부모님들에게 도 통보를 해야겠다는 그런 방침에서 우리가 그린 마 일리지를 운영하게 된 겁니다."

벌점이 누적되면,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교내 봉사와 사회봉사같은

별도의 조처가 취해집니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한 경우 학교에 상주하는 상담교사의 상담을 받습니다.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학생들의 경우, 필요한 것은 체벌이라기보다 상담과 치료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일부 신문이 주장하듯이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서 둘 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한병선(교육평론가) : "교육을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가 잘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때, 또 그 관계가 어떤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인격 대 인격의 관계가 형성이 됐을 때 바로 가능한 활동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학생들과의 관계 관리를 강화시켜가는 교육적 지도가 교육적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은 이미 부인하기 어려운 우리 교육의 현실이 됐습니다.

거기에는 과도한 경쟁과 방치되는 다수의 학생, 가정교육이 힘든 빈곤층의 확대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입장에서 체벌금지가 모든 사태의 원인인양 몰아가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교육 현장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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